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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Heaven

by 그림마을 2010. 3.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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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든 것이 서로 소리 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 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부는 강변을 보여주며는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내 꿈결처럼 사랑하던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주전자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곤 세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밖에 서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잠간 잠간의 내 이야기를 들으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묻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한 기억 안의 방황
그 사방이 막힌 죽음
눈에 남은 소금기
어젯밤에는 꿈많은 잠이 왔었다
내 결코 숨기지 않으리라
좀 더 울울히 못 산 죄 있음을
깃대에 달린 깃발의 소멸을
그 우울한 바라봄, 한 짧고 어두운 청춘을
언제나 거두소서
당신의 울울한 적막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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