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린 짐 없이 홀가분한
나비 한 마리 훨훨
아무도 없는 절 마당가
제 흥에 겨워 허공을 돌며
눈부신 춤사위를 보여 주고 있다
어느 바위, 어느 꽃에도
정 풀어 머물지 않고
잠시 앉았다 몸 털고 날아가는
일생이 무겁지 않아 좋은 나비
정각사 정수스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앞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꽃잎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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