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김준용

그림마을 2009. 2. 2. 22:50

 

 

 

 

 

 

 

그대가 그립다  - 김정한
 
왜 잊고싶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쓰리고 비린내나는 사랑
그만하고 싶었죠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카푸치노 마시다가 입가에 묻은 거품을
한 손으로 슬쩍 닦으면 없어지는 것처럼
당신과의 시간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느 유흥가 뒷골목
땅바닥에 주저앉아 흐느적거리며 눈길질하는 사내처럼
나도 괴로울 때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 잠든다면
그렇게 된다면 당신과의 기억들
잠시는 잊겠지요
 
그런데, 어쩌지요
눈뜨면 당신은 방긋 웃는 햇살처럼 내게 오라 손짓하고
해지면 어둠 길 가르며 몸보다 마음먼저 뛰쳐나가는 나를
더이상 어쩌랍니까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우려 하면 다시 replay 되는 수동 카세트처럼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에게로 함부로 쓰러지는 이 간절한 그리움을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