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살때는 아무에게나 가격을 묻고
덥석 물건을 집어들지 말고,
먼저 장안을 둘러보고 사람을 찾아 보렴.
입성이 남루한 노인도 좋고, 작고 초라한 가게도 좋을 것이야.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집어들고
공손히 돈을 내밀어라.
오는 길에 네 짐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는 길이 불편하다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게지.
또 오늘 산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는 말아라.
사람들은 지나간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하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말아라.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선 더 많은 잎들이 필요한 법이란다.
타고난 본성대로 자랄 수 있을 때,
모든 것은 그대로의 순함을 유지할 수가 있단다.
낙엽을 쓸지 말고, 주위에 피는 풀을 뽑지 말고,
열매가 적게 열렸다고 탓하기보다
하루에 한 번 나무를 쓰다듬어 주었는지 기억해 보렴.
세상의 모든 생각은 말없이 서로에게 넘나드는 거란다.
무엇이 찾아오고 떠나가는지,
창가의 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렴.
나무를 키운다는 건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작별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한단다.